휴가 후 찾아오는 허리 통증… 여행보다 회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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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예상치 못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행 중에는 특별히 다친 기억이 없는데도 귀가한 다음 날부터 허리가 뻐근하거나 엉덩이까지 묵직한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피곤해서 생기는 증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장시간 이동과 평소보다 많은 활동량이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로 몇 시간씩 이동하거나 비행기, 기차에 오래 앉아 있으면 우리 몸은 같은 자세를 지속하게 된다.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허리보다 골반과 고관절의 움직임이 먼저 감소하고,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근육들은 점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여행에서는 평소보다 걷는 시간이 많고 무거운 짐을 들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재활 분야에서 가장 먼저 주목하는 근육은 장요근이다. 장요근은 허리뼈에서 시작해 골반을 지나 허벅지 안쪽으로 이어지는 깊은 근육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몸통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시간 앉아 있으면 장요근은 계속 짧아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단축된 장요근은 골반을 앞으로 당기면서 허리의 정상적인 곡선을 과도하게 만들고, 척추 뒤쪽 관절과 주변 근육에 지속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 여행 후 허리 앞쪽이 당기거나 오래 서 있을수록 허리가 아픈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변화다.

반대로 가장 쉽게 기능이 떨어지는 근육은 엉덩이 근육이다. 대둔근과 중둔근은 걷고 계단을 오르며 몸의 중심을 지탱하는 핵심 근육이다. 하지만 몇 시간씩 앉아 있으면 이 근육들의 활성도가 감소하는 이른바 ‘둔근 억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행지에 도착해 갑자기 많은 거리를 걷게 되면 원래 엉덩이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허리와 허벅지 뒤쪽 근육이 대신하게 되고, 그 결과 허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통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복부 깊숙이 위치한 복횡근과 척추를 세밀하게 지지하는 다열근 역시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활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 두 근육은 겉으로 보이는 복근보다 훨씬 중요한 안정화 근육이다. 정상적으로는 움직이기 전에 먼저 수축해 척추를 보호하지만,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생활이 반복되면 이러한 반응이 늦어질 수 있다. 결국 몸을 움직일 때 허리 주변 큰 근육들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도 빼놓을 수 없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햄스트링은 지속적으로 짧아진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근육이 뻣뻣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많은 거리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 골반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허리가 이를 대신 움직이게 된다. 결국 허리에 반복적인 부담이 전달되면서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행 중 무거운 캐리어를 한쪽 손으로만 끌거나 한쪽 어깨에 가방을 오래 메는 습관도 문제다. 몸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척추 주변 근육들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속 긴장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허리뿐 아니라 목과 어깨까지 함께 불편해질 수 있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때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근육이 동원되므로 피로가 쉽게 누적된다.

여행 후 허리 통증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하루나 이틀 뒤 심해지는 이유도 있다. 활동 당시에는 긴장과 흥분으로 인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휴식에 들어가면서 피로가 누적된 근육과 관절이 회복 과정을 거치며 통증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근육에 미세한 손상이 생긴 뒤 나타나는 지연성 근육통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행 후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움직임이다. 허리가 불편하다고 하루 종일 누워 있기보다는 가볍게 걷거나 몸을 천천히 움직여 관절의 움직임을 회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고관절과 골반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행하면 장시간 앉아 있으면서 짧아진 장요근과 햄스트링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엉덩이 근육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 허리로 몸을 들어 올리기보다 엉덩이에 힘을 준다는 느낌으로 움직이고, 계단을 오를 때도 허벅지보다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둔근의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허리에 집중되던 부담을 골반과 엉덩이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호흡 역시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깊게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과 복횡근이 함께 작동하면 몸통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허리를 지지하는 능력도 향상된다. 반대로 얕은 호흡이 반복되면 목과 허리 주변 근육들이 보조적으로 계속 긴장하게 되어 피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장거리 운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 번에 오랜 시간을 이동하기보다 1~2시간마다 휴게소에서 내려 5분 정도 걷는 것이 좋다. 이 짧은 움직임만으로도 골반과 고관절의 움직임을 회복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근육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비행기나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면 주기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휴가는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한 시간이지만, 회복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면 오히려 허리 통증이라는 또 다른 피로를 남길 수 있다. 여행을 건강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동 중에도 몸을 자주 움직이고, 여행 후에는 허리만 관리하기보다 장요근과 둔근, 복부 깊은 근육 등 몸의 중심을 이루는 근육들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습관들이 반복된다면 휴가 이후에도 통증 없이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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