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기 위해 장시간 운전에 나선다. 평소 30분이면 끝날 거리를 명절에는 몇 시간씩 이동하는 일이 흔하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허리가 뻐근하거나 엉덩이가 저리고 다리가 무거운 느낌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은 허리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재활 관점에서는 장거리 운전으로 가장 먼저 피로가 쌓이는 부위는 허리보다 골반과 고관절이라고 본다.
운전은 단순히 앉아 있는 것과는 다르다. 운전자는 페달을 밟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핸들을 조작하기 위해 상체를 일정한 자세로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가 장시간 이어지면 골반은 점차 움직임을 잃고 고관절은 굽혀진 상태로 고정된다. 몸을 지탱해야 하는 근육들이 지속적으로 긴장하면서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근육은 장요근이다. 장요근은 허리뼈에서 시작해 골반을 지나 허벅지 안쪽까지 연결되는 깊은 근육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고 골반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운전하는 동안 고관절은 계속 굽혀져 있기 때문에 장요근도 짧아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몇 시간 동안 같은 자세가 반복되면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차량에서 내설 때 허리가 잘 펴지지 않거나 허리 앞쪽이 당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엉덩이 근육도 장거리 운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둔근과 중둔근은 골반을 안정시키고 걸을 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근육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이 근육들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면서 활성도가 감소한다. 재활 분야에서는 이를 ‘둔근 억제’라고 부르는데, 운전을 마친 뒤 걸을 때 엉덩이 대신 허리와 허벅지가 더 많은 힘을 쓰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몸의 중심을 지지하는 코어 근육도 점차 피로해진다. 복횡근과 다열근은 척추를 안정시키는 깊은 근육으로, 정상적인 움직임에서는 허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시간 같은 자세가 이어지면 이 근육들의 활성도가 감소하고, 대신 척추기립근과 요방형근 같은 큰 근육들이 몸을 지탱하게 된다. 그 결과 허리 주변 근육이 쉽게 뭉치고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오른발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운전 자세도 몸의 균형에 영향을 준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계속 밟는 동안 오른쪽 고관절과 종아리 근육은 반복적으로 긴장하고, 왼쪽과의 근육 사용량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오래 지속되면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허리 근육에도 좌우 차이가 발생해 한쪽 허리만 유난히 뻐근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햄스트링과 종아리 근육도 장시간 운전에서 피로가 쉽게 누적되는 부위다. 무릎을 구부린 자세가 계속 유지되면 햄스트링은 짧아지고, 발목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종아리 근육의 혈액순환도 감소한다. 특히 장시간 운전 후 다리가 붓거나 종아리가 당기는 느낌이 든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혈액순환과 근육 기능이 함께 떨어진 신호일 수 있다.
장거리 운전에서는 혈액순환도 중요한 문제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다리 근육의 펌프 기능이 감소해 혈액과 림프액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다리가 붓거나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며, 고령자나 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허리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러 5~10분 정도 걷는 것이 좋다. 잠깐이라도 차량 밖으로 나와 골반과 고관절을 움직이면 장요근의 긴장을 줄이고 엉덩이 근육을 다시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휴게소에서는 허리만 숙여 스트레칭하기보다 고관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쪽 다리를 뒤로 보내 고관절 앞쪽을 늘려주면 장요근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고, 양손을 허리에 올린 뒤 가볍게 골반을 앞뒤로 움직이면 장시간 고정됐던 골반의 움직임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엉덩이에 힘을 주며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하는 것도 둔근을 다시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운전 자세도 중요하다. 엉덩이를 좌석 깊숙이 넣고 허리를 등받이에 자연스럽게 기대는 것이 좋으며, 등받이는 너무 눕히기보다 약 100~110도 정도의 각도를 유지하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무릎은 엉덩이보다 약간 낮거나 비슷한 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고관절의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운전대를 너무 멀리 잡기 위해 몸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는 목과 허리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명절에는 운전뿐 아니라 도착 후 차례 준비와 음식 만들기, 장시간 서 있는 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운전으로 이미 피로해진 골반과 허리 근육에 또 다른 부담이 더해지면 통증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곧바로 무거운 물건을 들기보다는 잠시 몸을 풀고 충분히 움직인 뒤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추석 장거리 운전에서 가장 먼저 지치는 것은 허리가 아니라 몸의 중심을 지탱하는 골반과 고관절이다. 골반의 움직임이 줄어들면 그 부담은 결국 허리로 전달된다. 명절을 통증과 함께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운전 중에도 몸을 자주 움직이고, 휴게소에서 고관절과 엉덩이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허리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골반과 코어, 엉덩이 근육의 균형을 함께 살피는 것이 장거리 운전 후에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