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심혈관 질환에 대한 주의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높은 기온과 습도는 심장과 혈관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며, 열사병뿐 아니라 협심증, 심부전, 뇌졸중 같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의 심장 전문의 조너선 애브람스 박사는 “기온이 상승하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심장의 부담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기존 심혈관 질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발표된 국제 환경건강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폭염이 발생한 날에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평균 11.7% 증가했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위험도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폭염 속에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한 다섯 가지 생활 수칙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는 수분 섭취다. 심장은 체내 수분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탈수가 되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고 혈압이 변동해 심장에 무리를 준다. 미국심장협회(AHA)의 란스 베커 박사는 “기온이 높을 때는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20~30분마다 물을 한 컵씩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심부전이나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의료진과 상담해 적정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외부 활동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거나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르는 날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한 외출 시에는 그늘이나 실내 냉방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셋째는 체온 조절이다. 전문가들은 얇고 통풍이 잘되는 면 소재 옷을 입고, 선풍기나 물수건을 활용해 피부 표면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체온 상승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넷째는 열 관련 증상을 조기에 인지하는 것이다. 열피로 증상으로는 두통, 메스꺼움, 식은땀, 맥박 이상 등이 있으며, 이 경우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수분을 섭취하고 증상을 지켜봐야 한다. 미국 심장내과 전문의 레이첼 본드 박사는 “이런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체온이 39도 이상으로 오를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섯째는 복용 중인 약물과 기저질환 관리다. 특히 고혈압, 심부전 환자가 복용하는 이뇨제나 혈관확장제는 여름철 탈수나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어, 평소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의사와 상담해 약물 복용량이나 복용 시간대를 조정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폭염은 단순히 더운 날씨를 넘어서는 건강 위협이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자에게는 조용한 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일상 속 작은 관리가 심장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