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증 예방, 운동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0
5

겨울이 깊어지면 기온뿐 아니라 우리의 기분도 함께 내려간다. 해가 짧아지고 햇빛 노출이 줄어드는 계절에는 우울감, 무기력, 수면장애, 식욕 변화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이 늘어난다. 이는 단순히 기분의 문제를 넘어 생리적 요인과 호르몬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운동이 계절성 우울증을 완화하는 가장 강력하고 안전한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신체 활동이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주로 가을과 겨울에 발병하며, 햇빛 부족으로 세로토닌(Serotonin) 분비가 감소하고, 멜라토닌(Melatonin)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는 뇌의 보상 시스템을 둔화시키고, 우울감과 피로, 사회적 회피를 유발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윤호 교수는 “운동은 뇌의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켜 기분을 개선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햇빛 노출이 적은 겨울철에는 운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 예를 들어 빠르게 걷기나 가벼운 러닝, 자전거 타기만으로도 우울 증상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운동은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을 감소시키고, 엔도르핀(Endorphin) 분비를 촉진해 안정감과 행복감을 높인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영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에게 운동은 약물치료나 광선치료와 병행했을 때 훨씬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입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수면 패턴을 정상화시키고, 신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생체리듬을 되돌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운동을 하는 시간대도 중요합니다. 아침이나 오전에 햇빛을 받으며 걷거나 움직이는 것은 세로토닌 활성화를 촉진하고, 비타민 D 합성을 통해 기분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운동의 효과는 단순히 생화학적 변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체 활동은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의 대표적인 형태로, 우울증의 악순환을 끊는 심리적 개입법이기도 하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외출을 줄이고 사회적 활동을 피하게 되지만, 운동을 하면 신체적 활력과 함께 자기 효능감이 향상되어 ‘움직임-기분 개선’의 선순환이 형성된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임상 연구에 따르면, 주 3회 이상 45분가량 운동한 사람들은 항우울제 복용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우울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보고됐다.

물론 심한 우울증을 겪는 경우에는 운동만으로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운동이 약물의 효과를 높이고 재발률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단,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피로를 유발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저강도 운동으로 시작해 점차 강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실내 운동보다는 가능하면 햇빛이 드는 공간에서의 활동이 추천된다.

겨울철에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체력 관리가 아니라, 마음을 지키는 행동이다. 따뜻한 실내에만 머무르기보다 하루 20~30분이라도 바깥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는 습관은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우울한 마음이 찾아올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꾸준한 운동은 겨울의 우울을 이겨내는 가장 따뜻한 처방전이다.

회신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