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지면서 야외활동이 줄고 실내 운동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헬스장, 필라테스 스튜디오, 요가 학원 등은 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그만큼 실내 공기의 질과 호흡기 건강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난방기를 장시간 가동하는 환경에서는 공기가 건조해지고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운동 중 호흡기 자극이 발생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따뜻하고 쾌적해 보이지만, 실내 운동 환경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오히려 면역력 저하와 기관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스포츠의학 전문의 이정훈 박사는 “겨울철 실내 운동 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건조한 공기와 순환되지 않는 환기 상태입니다. 사람의 호흡량이 운동 중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공기 중 오염물질을 들이마실 확률도 그만큼 커집니다. 환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목이 따갑거나 기침이 늘어나는 등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대한호흡기학회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실내 체육시설에서 운동하는 사람 중 30% 이상이 목 건조감이나 비염 증상을 경험한다고 보고됐다.
난방기를 켜둔 실내는 쾌적해 보이지만, 공기 중 습도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점막이 마르고, 바이러스가 더 쉽게 퍼지는 환경이 된다. 이는 단순히 감기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독감, 기관지염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의 감염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난방 공기로 인한 온도 편차가 심한 곳에서는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상승해, 평소보다 피로감이나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도 잦다. 전문가들은 “따뜻한 실내에서도 적정 습도(40~60%)를 유지하고, 최소 하루 3회 이상 10분 정도 환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를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운동 중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지만, 감기 증상이 있거나 공기 질이 나쁜 날에는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라테스 강사 김수진은 “실내 운동 시 난방기 바람이 직접 닿는 위치에서 운동하면 코와 목이 쉽게 건조해집니다. 가능하면 난방기와 거리를 두고, 운동 전에는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뒤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운동 후에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따뜻한 옷을 챙겨 입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이어 “겨울철에는 공기 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쉬는 분들도 있지만, 적절한 환경만 조성하면 실내 운동이 오히려 건강 유지에 더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운동 중 발생하는 땀과 체열은 공기 중 먼지와 결합해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트나 운동 기구의 청결 관리도 놓쳐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기구를 사용할 때마다 소독 티슈로 닦아내고, 개인 매트를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단체 운동의 경우, 운동 전후로 실내 환기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시설 내 인원 밀집도를 조절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결국 겨울철 실내 운동의 핵심은 ‘따뜻함’보다 ‘쾌적함’이다. 아무리 좋은 운동을 해도 공기가 탁하고 건조하면 몸이 받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호흡은 운동의 기본이며, 맑은 공기는 근육 회복과 체내 산소 공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올겨울에는 난방 온도와 습도, 환기 주기를 철저히 관리하며, 호흡기 건강까지 함께 지키는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숨을 쾌적하게 쉬는 환경이 곧 건강의 핵심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