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추위 위험 확대…야외 러닝 전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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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야외 러닝은 운동 효과가 높지만, 동시에 부상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낮은 기온과 미끄러운 노면, 건조한 공기 등은 러너의 체온 조절과 호흡에 큰 부담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 운동보다 야외 러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탁 트인 공간에서의 해방감과 높은 에너지 소모 덕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겨울철 야외 운동은 여름보다 훨씬 더 철저한 준비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겨울에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근육과 인대가 수축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영하의 날씨에서는 근육이 평소보다 10~20% 정도 덜 신축적으로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의 이정훈 교수(정형외과 전문의)는 “체온이 낮은 상태에서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하면 근육이 경직돼 미세한 손상이나 염좌가 쉽게 발생합니다. 반드시 10~15분 정도의 워밍업을 통해 근육 온도를 충분히 높여야 하며, 운동 후에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특히 새벽이나 야간 러닝은 노면이 얼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발 밑창의 접지력이 좋은 러닝화를 선택해야 합니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반사 소재가 있는 옷을 착용해 사고 위험을 줄이는 것도 필수적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추운 공기는 호흡기에도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차가운 공기를 빠르게 들이마시면 기관지가 수축해 호흡이 불편해지고, 심한 경우 운동유발성 천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박소현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온이 낮은 날에는 코 대신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데, 이때 공기가 충분히 데워지지 않아 기관지 점막이 자극받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흡입하는 공기를 적정 온도로 유지할 수 있고, 호흡기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운동 중 기침이 나거나 숨이 차면 즉시 강도를 줄이고, 몸이 완전히 적응한 뒤 점진적으로 속도를 올려야 합니다. 무리하게 달리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기나 기관지염에 걸릴 위험이 커집니다”라고 강조했다.

러닝 전후의 수분 섭취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겨울에는 땀을 적게 흘린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호흡을 통한 수분 손실이 많아 탈수가 발생하기 쉽다. 한국체육대학교 운동생리학과 최지훈 교수는 “기온이 낮으면 갈증을 덜 느끼기 때문에 수분 섭취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체내 수분이 2%만 부족해도 근육의 효율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크게 증가합니다. 운동 전후로 미지근한 물을 소량씩 나누어 마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겨울철 러닝의 시간대와 환경 선택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햇빛이 있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운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야외운동을 피하고 실내 트레드밀을 대체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러닝 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과 쿨다운을 실시해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체온을 안정시켜야 한다.

결국 겨울철 야외 러닝은 철저한 준비와 자기 관리가 뒷받침될 때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이 된다. 갑작스럽게 추위를 이기려는 도전보다는, 몸의 신호를 세심하게 살피며 ‘천천히 적응하는 러닝 습관’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겨울 러닝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안전”, 추운 계절일수록 더 신중하게, 그리고 꾸준히 뛰는 것이 진짜 실력자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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