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겹친 날 운동해도 될까? 면역력과 회복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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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감기나 독감으로 인해 운동을 잠시 쉬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오던 이들에게는 ‘감기 때문에 며칠 쉬면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는 면역력의 회복이 우선이며,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몸의 피로감이 심할 때 운동을 지속하면 회복 속도가 늦어지고,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이은주 교수는 “감기에 걸리면 우리 몸은 이미 면역반응을 위해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때 운동을 하면 남아 있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어 회복이 지연됩니다. 열이 나거나 인후통, 기침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운동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가이드라인에서도 ‘감기 증상이 목 위(콧물, 가벼운 두통, 인후통 등)에 국한된 경우에는 가벼운 운동이 가능하나, 목 아래(기침, 근육통, 피로감, 열 등)로 확산된 경우에는 즉시 운동을 멈춰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운동 강도와 면역력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백혈구 활동을 촉진해 면역세포 순환을 돕지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박성훈 교수는 “감기 초기에 무리한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면역세포의 방어 기능이 억제됩니다. 이는 단순한 콧감기가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높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기가 다 나은 뒤에도 최소 2~3일은 휴식기를 갖고, 몸의 피로가 완전히 회복된 뒤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누워만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실내에서의 저강도 운동이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감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단, 이때도 충분한 수분 섭취와 실내 습도 조절이 필수적이다. 건조한 환경은 점막을 자극해 기침을 악화시키므로, 습도를 40~60%로 유지하고, 운동 중에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운동을 재개할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최소 24시간 이상 열이 없는 상태가 된 후”라고 말한다. 회복 후 첫 운동은 평소의 50% 이하 강도로 시작해 몸의 반응을 살피고, 호흡이 가빠지거나 어지러움이 생기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면역력은 운동으로 만들어지지만, 무리한 운동으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겨울철은 일교차가 크고 면역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이다. 이 시기에는 운동량보다 ‘몸의 신호를 읽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평소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던 운동이 오히려 회복을 방해하지 않도록,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과감히 쉬는 것도 건강관리의 한 부분이다. 운동은 강한 몸이 아니라 ‘회복할 줄 아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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